인도 라다크 지역 수루 계곡 일대의 농경 풍경. 척박한 라다크 지역에서 수루강을 따라 녹지가 조성되어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아케하마초는 산에서 바다를 향해 급경사가 이어지는 지형을 가지고 있으며 그 경사를 따라 계단식 밭이 조성되어 있다. 충분한 일조량은 물론, 바다에서 반사되는 빛까지 더해진다. 여기에 석회암질의 돌로 계단식 밭의 돌담을 쌓고 있어, 하얀 석회암 바위의 표면 또한 태양 빛을 반사한다. 맛있는 감귤 재배에 필요한 햇빛을 한껏 얻을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이 세가지 빛을 지역에서는 ‘세개의 태양’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윗글은 일본의 d(디)47식당 아이마 유키 디렉터가 쓴 ‘지속을 맛보는 식당’의 일부분이다. 세개의 태양 빛을 먹고 자란 감귤은 d47의 감귤 주스가 된다. d47의 존재는 좋은 식재료를 가져다 쓴다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d47의 주메뉴는 일본 전역의 향토 정식이다. d47은 정식 개발을 위해 취재 여행을 간다. 그 지역에 들어가 공기를 느끼고 물을 마시고 향토 음식을 먹고 배우고 온몸으로 느껴본 다음에 메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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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디렉터가 처음 d47을 시작할 때 염두에 둔 것은 ‘맛있다’의 확장이었다. 요리 한접시에 지역의 식문화, 자연환경까지 시선을 넓혀 서로 연결해 가면서 담아보면 어떨까? ‘맛있다’를 크게 확장하면 한접시 안에는 인간의 노동, 즉 생산자의 삶과 생각, 계절, 문화, 지역의 공기, 토양, 식물과 곤충, 동물, 미생물, 자연환경이 다 들어간다. 향토 정식의 '맛있다'는 풍경을 상상하게 하고 풍경을 전하는 맛, 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게 만드는 맛이다. 책에는 ‘맛있을 것 같아!’ 침을 삼키게 만드는 향토 요리가 참 많다. 환대 요리의 대표격인 고치 지역의 사와치 요리도 그랬다. 사와치 요리(여러 가지 음식을 큰 접시에 함께 담아 나누어 먹는 상차림)는 지름 40㎝의 커다란 접시에 담겨 나온다. “접시 한가운데에는 고등어를 등 쪽으로 갈라 식초에 절인 뒤 초밥을 감싼 고등어 봉초밥이 머리와 꼬리를 그대로 단 채로 정갈하게 올려진다. 여기에 유자 식초를 듬뿍 넣은 초밥 위에 곤약과 묘가, 표고버섯 등 산의 재료를 얹은 풍성한 색채의 시골 초밥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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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을 맛보는 식당 l 아이마 유키 지음, 김송이 옮김, 밀리미터밀리그람(2026)
그녀가 ‘食(식)여정’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제철 음식은 신기할 만큼 그 시기의 우리 몸이 원하는 맛이라는 것,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진작부터 몸으로 익혀 알고 있다는 것, 식재료는 우리를 땅과 연결해줄 수 있다는 것.
히말라야 아래 라다크에는 씨 뿌리는 날의 노래가 전해온다. “(곡식이) 굵게 자라서 백명의 청년들도 벨 수 없기를/ 너무나 무거워서 백명의 처녀들이 나를 수 없기를”(이 노래는 홍순관의 ‘계절이 우릴 아름답게 하기를’에 인용되었다.) 이 경우 ‘맛있다’를 확장하면 뭐가 보일까? 인간의 노동과 히말라야산, 그리고 빙하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곡식을 이렇게 굵게 기를 수 있는 것은 빙하뿐이니까. 빙하는 우리를 돌볼 수 있지만 우리도 빙하를 돌봐야 한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다가오는 이때, 서울에도 일본의 d47에서 영감을 얻은 d식당이 문을 열었다. 맛있는 식사를 중심에 두고 요리사, 생산자, 지역, 자연, 우리가 더 잘 연결되어서, 어떻게든 지금의 문제를 해결해보자 대화를 나누는 관계를 만들면서, ‘지속을 맛볼 수 있기를’.
정혜윤 CBS(시비에스) 피디
을 간다. 그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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