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멸종위기에 놓인 나비의 유전자를 편집해 살충제를 견디게 만드는 연구가 시작됐다. 서식지를 복원하고 오염을 줄이는 기존 보전 노력만으로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산호랑나비. 영국에 사는 산호랑나비의 한 아종은 개체 수가 줄어 영국 적색목록에 올라 있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영국 엑서터대는 지난 21일 요크대와 함께 꽃가루받이 곤충을 보호할 유전기술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연구 대상 중 하나는 영국 적색목록에 오른 산호랑나비의 영국 아종(Papilio machaon britannicus)이다. 연구팀은 이 나비의 DNA 일부를 편집해 살충제 저항성을 높이고, 이 변화가 취약한 곤충을 보호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시험한다. 성공한다면 살충제에 노출돼 죽었을 나비를 살릴 가능성이 생긴다.
해당 연구를 지원한 영국 첨단연구발명국(ARIA)은 서식지 복원과 오염 저감이 여전히 필수적이지만, 환경 변화가 너무 빠르면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생물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존 방식만으로는 보전이 끝나기 전에 사라질 수 있는 생물을 위해, 나비 스스로에게 위협을 버틸 능력을 보태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다.
살충제 견디면 환경변화에 잘 대처할까?
문제는 살충제를 견디는 것과 개체 수가 실제로 회복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이다. 살충제 노출이 이 나비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면 저항성 확보가 곧바로 도움이 되겠지만, 먹이식물과 번식지 부족이 회복을 막고 있다면 저항성만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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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서터대도 이 곤충이 살충제뿐 아니라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질병 위험에도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살충제가 영국 산호랑나비 감소에 정확히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대학 측 연구 소개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 나비는 살충제 외에도 여러 제약에 걸려 있다. 올해 국제학술지 『곤충 보전과 다양성』 에 실린 유전체 연구에 따르면 이 나비의 애벌레는 거의 전적으로 '밀크파슬리'라는 식물에 의존한다. 이 식물이 없으면 주변에 풀이 무성해도 애벌레가 자랄 수 없다. 번식지도 협소하다. 논문에 제시된 알려진 번식지 16곳은 모두 잉글랜드 동부 노퍽 브로즈 지역에 있으며, 면적을 합쳐도 30㎢가 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토지 이용 변화와 습지 배수, 농업 방식 변화 등이 과거 분포를 크게 좁혔다고 설명했다.
살충제 저항성은 이렇게 사라진 먹이터와 번식지를 되돌려주지는 못한다. 살충제를 견딘 나비가 알을 낳더라도 먹이식물이 부족하면 애벌레는 자라기 어렵다. 한 가지 위협을 넘겨도 다른 위협에 막히면, 생존 능력이 높아진 만큼 실제 개체 수가 늘어나지는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ARIA는 생존뿐 아니라 성장과 번식까지 평가 기준에 넣었다. 위협에 노출된 조건에서 생존·성장·번식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그 효과가 얼마나 오래 이어지는지를 함께 본다. 수명이 짧은 생물은 최소 3~5세대에 걸친 지속성을 확인하는 것을 예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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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는 잘 견디지만 성장이 느려지거나 자손이 줄어든다면, 저항성이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회복 효과를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이런 기준을 충족했을 때 실제로 이 나비의 개체 수가 어느 정도까지 회복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전망은 현재 발표 내용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유전자 편집이 실제로 생태 가치 얻으려면?
멸종위기종에 유전 기술을 동원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검은발족제비(Black-footed ferret)가 대표적인 선례로 꼽힌다. 미국 어류야생동물보호국(USFWS)은 2020년과 2023년, 1988년에 죽은 야생 암컷 검은발족제비 '윌라'의 냉동 세포를 이용해 '노린'과 '안토니아'라는 복제 개체 두 마리를 탄생시켰다. 검은발족제비는 서식지 손실과 질병으로 한때 멸종이 선언되기까지 했지만, 이후 극소수 개체가 발견되면서 인공 번식으로 명맥을 이어온 종이다.
이 시도가 필요했던 이유도 산호랑나비 연구와 비슷하다. 현재 생존하는 검은발족제비 대부분은 유전학적으로 단 일곱 마리의 모체에서 유래해, 유전적 다양성이 극도로 낮은 상태였다. 질병이나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구진은 이미 죽은 개체의 유전자를 복제로 되살려 이 문제를 풀고자 했다. 이후 복제 개체 '안토니아'가 실제로 새끼를 낳는 데 성공하며, 인공 복제된 멸종위기종이 자연 번식으로 이어진 세계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다만 이 사례도 복제 기술 하나로 문제가 끝나지는 않았다. 새로 태어난 개체들이 실제로 야생에서 살아남고, 세대를 거듭해 개체군 전체의 유전적 다양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장기간 지켜봐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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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편집이 보전에 실제로 가치를 더하려면, 기존 방법으로는 할 수 없었던 것을 해내야 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해 채택한 합성생물학 정책에서 이 기술이 기존 보전 노력을 대체해서는 안 되며, 기술을 쓰지 않는 방법이나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와 반드시 비교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의도한 효과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영향과 장기적 변화, 다른 생물과의 상호작용까지 함께 평가하도록 했다. 다만 이런 신중론이 나온 배경, 즉 유전자 편집이 실제로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례는 이번 발표에서 확인되지 않아 추가 취재가 필요하다.
영국 산호랑나비의 경우, 살충제 노출을 줄이고 먹이식물과 습지를 지키는 기존 노력에 유전자 편집을 더했을 때 어떤 차이가 나는지가 관건이다. 기존 보전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웠던 나비가 저항성을 얻어 번식까지 성공한다면 기술이 회복에 보탬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번식지와 먹이 부족이 그대로라면, 저항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 된다.
결국 이번 연구는 서식지 복원 같은 기존 보전을 대신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보전이 효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부족한 종에게 시간을 벌어주려는 보완책에 가깝다. 검은발족제비 사례가 보여주듯, 유전 기술이 개체 하나를 살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개체군 전체의 회복으로 이어지는지는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이 나비의 개체 수를 되돌릴 수 있을지는 격리된 실험실이 아닌 실제 서식지에서 생존과 번식이 함께 확인돼야 판단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앞으로 몇 년간의 현장 실험을 거쳐야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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