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 남성이 튜브를 타고 헤엄쳐 모로코와 접해 있는 스페인령 세우타 해변에 도착하고 있다. 최근 수천 명의 모로코·알제리 출신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세우타시 당국은 스페인 정부에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했다. EPA 연합뉴스
불법 이주민 수천 명이 바다를 헤엄쳐 스페인령 자치도시 세우타로 몰려들었다. 스페인 대법원이 “헤엄쳐 들어온 이주민은 즉시 송환할 수 없다”고 판결한 뒤 모로코 접경 해안에서 세우타로 향하는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도시가 사실상 마비됐다. 친(親)이민 정책을 앞세워온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정부도 정치적 역풍에 휩싸였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정오쯤부터 수천 명의 이주민이 모로코 해변에 모여들었다. 상당수는 바다를 헤엄쳐 철책을 우회한 뒤 세우타 해안으로 들어왔고 일부는 모로코 쪽 국경 철책을 넘어 진입을 시도했다. 현지 언론은 당시 일부 구간에서 모로코 측 국경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백 명이 짧은 시간에 철책을 넘어 세우타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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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방송에는 이주민들이 바다를 헤엄치거나 철책을 넘어 세우타로 향하는 모습이 담겼다. 스페인 국영방송 TVE는 최근 며칠 사이 2000∼3000명이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유입에 세우타는 사실상 비상사태에 빠졌다. 이주민 수용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당국은 이날 세우타로 넘어오려던 이주민으로 추정되는 시신 9구가 해안가 등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후안 헤수스 비바스 세우타 시장은 이날 “완전한 인도주의적, 사회적 긴급 상황”이라며 중앙정부에 군 투입과 국가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다. 스페인 정부는 본토에서 경찰관 200명과 군 병력 60명을 추가 파견해 국경 경비를 강화하는 한편 모로코 당국과 송환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세우타는 모로코 북부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스페인령 자치도시로 유럽 영토이면서도 아프리카에 위치해 아프리카발 이주민들의 대표적인 유럽 진입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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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으로는 지난 8일 나온 스페인 대법원 판결이 지목된다. 그동안 국경 철책을 넘어온 이주민은 즉시송환 대상이었지만, 대법원은 철책을 우회해 바다를 통해 들어온 경우에는 일반 입국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해상 입국자는 난민 신청 여부 확인과 통역 지원 등 정식 행정절차를 밟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치안 당국을 인용해 밀입국 조직들이 “바다를 통해 들어오면 곧바로 모로코로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을 적극 홍보하며 해상 입국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산체스 정부의 친이민 정책을 둘러싼 논란에도 다시 불을 붙였다. 산체스 정부는 올해 들어 노동력 부족 해소 등을 명분으로 일정 기간 체류한 미등록 이주민에게 합법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특별 합법화 정책을 추진했으며 현재까지 100만 명 이상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파 야당들은 친이민 기조에 대법원 판결까지 겹치면서 더 많은 이주민이 몰려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강경 우파 정당 복스(Vox)는 이번 사태를 “침공”이라고 규정했고 보수 성향 제1야당 국민당(PP)도 국가안보 위기라며 정부의 국경 관리 실패를 집중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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