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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2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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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낭패다. 죽도록 뜨거웠던 더위가 잠시 사그라들고 아침 바람이 시원하다. 바람이 살짝 부니 춥기까지 하다. 40℃에 적응한 인간들은 기온이 30℃만 되어도 여름이 다 간 양 벌써 가을 나들이를 궁리한다. 그러나 여름은 아직 가지 않았다. 언제 다시 두 개의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겹겹이 덮고 기온을 40℃까지 끌어올릴지 모른다. 밤에도 30℃가 넘으니 살 수가 없다. 사람들은 묻는다. 이 더위를 어떻게 이겨야 할까. 내 생각은 다르다. 이기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더위는 싸워서 이길 상대가 아니다. 도망가야 할 상대다. '이열치열'이라며 뜨거운 삼계탕과 탕국을 흡입하고 뙤약볕에서 러닝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자연의 생명들은 대체로 그렇게 무모하지 않다. 동물은 더위를 이기지 않고 피한다 멧돼지는 땀을 흘려 몸을 식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더우면 숲의 그늘로 들어가거나 진흙탕에 몸을 담근다. 진흙의 물기가 열을 빼앗고 햇볕과 벌레도 막아 준다. 멧돼지에게 진흙탕은 목욕탕이자 자연산 에어컨이다. 폭염에는 활동량도 줄인다. 멧돼지는 정신력으로 더위를 이기겠다며 뙤약볕에서 달리지 않는다. 달팽이는 더 철저하다. 덥고 건조해지면 돌 밑이나 낙엽 속으로 피신한다. 몸을 껍데기 깊숙이 넣고 껍데기 입구를 。액을 굳혀 만든 휴면막 '에피프램'으로 봉한다. 그래도 더우면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여름잠을 잔다. 이를 하면(夏眠·aestivation)이라고 한다. 냉방비 한 푼 들지 않는 달팽이식 피서다. 꿀벌은 공동 냉방에 나선다. 일부는 날갯짓으로 벌통을 환기하고, 일부는 물을 가져와 증발시킨다. 너무 더우면 벌통 밖으로 나와 내부의 열을 줄인다. 벌들이 벌통 앞에 수염처럼 매달리는 모습을 '비어딩(bearding)'이라고 한다. 꿀벌에게는 선풍기 부대와 냉방 대피조가 있는 셈이다. 서울의 매미도 뜨거워진 도시에 다르게 대응한다. 연구 결과 말매미는 참매미보다 높은 온도를 견뎠고, 참매미도 더운 지역의 개체일수록 내열성이 높았다. 한여름 도심의 매미 합창은 폭염 응원가가 아니라 뜨거운 도시를 견뎌낸 생존 보고다. 릴게임 가입머니 생명은 더위 앞에서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숨고, 쉬고, 몸을 식히고, 활동 시간을 바꾼다. 그래도 안 되면 살던 곳을 떠난다. 기후변화와 어류, 나비, 식물들의 생존법. AI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뜨거워진 바다와 산, 생명은 자리를 옮긴다 명태가 그랬다. 물고기는 에어컨을 켤 수 없으니 물이 뜨거워지면 차가운 바다를 찾아가야 한다. 수온 상승과 과도한 어획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명태는 우리나라 앞바다에서 자취를 감췄다. 반면 방어·전갱이·삼치 같은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은 장기적으로 증가했다. 바다는 그대로인데 주민등록부가 바뀌는 중이다. 바다의 주민등록부가 바뀌면서 명태·오징어·쥐포가 금값이 됐다. 아쉽다고 투덜대기만 할 수는 없다. 명태가 떠나고 방어와 삼치가 늘었다면,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새로운 맛을 찾아야 한다. 기후미식은 밥상이 기후를 덜 망치게 하면서 달라진 식재료와 입맛에 함께 적응하는 일이다. 바다에서 물고기가 북쪽으로 도망간다면 산에 사는 생물은 어디로 갈까. 위로 올라간다. 한라산의 산굴뚝나비가 그렇다. 날개의 검은 빛깔이 굴뚝의 그을음을 닮고 높은 산에 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남한에서는 한라산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1969년 문헌에는 해발 1300~1400m에서도 관찰됐다고 기록돼 있지만, 최근 주요 서식지는 해발 1700m 이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그래, 그래. 더우면 위로 올라가면 되지. 영리하다. 그런데 한라산의 높이는 1947m다. 계속 더워지면 그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까. 식물도 가만히 앉아 더위를 참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다. 콩은 한낮의 햇빛이 강해지면 잎을 세워 직사광선을 비껴 받는다. 뿌리를 움직일 수 없으니 몸을 돌린다. 밭과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쇠비름은 근무시간을 바꾼다. 가뭄이 들면 뜨거운 낮에는 잎의 숨구멍을 닫아 물을 아끼고, 서늘한 밤에 이산화탄소를 받아 둔다. 낮에 문을 닫고 밤에 장을 보는 야간 영업이다. 알라딘주소 기후가 계속 달라지면 식물의 분포 자체가 움직인다. 나무 한 그루가 걸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씨앗이 살아남는 곳이 달라지면서 숲이 천천히 이동한다. 후박나무의 북방한계선은 수십 년에 걸쳐 전북 어청도에서 인천 덕적군도까지 올라왔다. 반면 한라산의 구상나무와 설앵초처럼 이미 높은 곳에 사는 식물은 더 올라갈 곳이 없다. 위기에 놓였다. 식물도 도망간다. 몸을 돌리고, 밤으로 피하고, 다음 세대를 북쪽으로 보낸다. 단지 사람이 알아채지 못할 만큼 조용하고 천천히 움직일 뿐이다. 인간에게도 여름 냉방권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디로 도망가야 할까.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인간에게도 답은 간단하다. 에어컨 밑으로 가면 된다. 나는 폭염 속에서 에어컨을 켜는 것이 반환경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후위기 시대에 인간이라는 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적응 행동 가운데 하나다. 우리 함께 외쳐 보자. "모든 인간에게 에어컨을 보급하라." "모든 인간에게 냉방권을 보장하라." 겨울 기온이 영하 15℃로 내려갈 때 난방하는 사람에게 반환경적이라고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난방은 생활이고 복지이며 때로는 생존의 문제다. 겨울에 난방권이 있다면 여름에는 냉방권이 있어야 한다. 다만 전제가 있다. 고효율 에어컨을 보급하고 건물의 단열과 차양을 강화하며, 전기 생산 방식을 저탄소 체제로 바꿔야 한다. 없애야 할 것은 에어컨이 아니라 에어컨의 탄소다. 피서는 오래된 기후 적응법 그러고 보면 '피서(避暑)'라는 단어가 참 정확하다. 더위를 극복한다는 '극서'가 아니다. 피할 피(避)자를 쓴다. 언제나 현명한 우리 조상님들. 애초부터 더위와 싸울 생각이 별로 없었다. 정자에 앉고 대청마루에 누웠다. 처마로 햇볕을 가리고 모시옷을 입었다. 계곡에 가서 발을 담갔다. 형편이 되면 산과 물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지중해의 시에스타도 마찬가지다. 가장 뜨거운 한낮에는 쉬고 아침과 저녁에 움직인다. 자연을 인간의 시간표에 맞추지 않고 인간의 시간표를 자연에 맞춘 것이다. 생태관광은 '도망갈 자연'을 지키는 일 바다이야기 기프트 전환 여행도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여름 생태관광은 도망가는 여행으로 하자. 폭염 속에서 유명 관광지를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닐 이유가 없다. 여름에는 관광지도 온도를 보고 고르면 된다. 평창 동강의 백룡동굴·밀양 얼음골·서귀포 하례리의 효돈천과 고살리 숲길이 좋다. 태백시는 도시 전체가 냉장고다. 나는 앞으로 '피서형 생태관광'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숲은 거대한 자연산 파라솔이고, 계곡은 자연 에어컨이며, 동굴은 땅이 만든 냉방 공간이다. 그러나 더위를 피해 몰려간 인간이 다른 생명의 피난처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피서형 생태관광은 시원한 자연을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 시원함이 오래 남도록 지키는 여행이어야 한다. 돈과 시간이 있는 사람은 숲과 계곡으로 떠날 수 있다. 하지만 노인과 환자, 한낮에도 일해야 하는 노동자에게는 에어컨이 숲이고 계곡이다. 자연에는 그늘을, 인간에게는 냉방권을 보장해야 한다. 멧돼지는 숲으로 가고, 달팽이는 잠들며, 명태는 북쪽으로 떠난다. 산굴뚝나비는 산 위로 올라가고 인간은 에어컨 밑으로 들어간다. 도망치는 것은 비겁한 일이 아니다. 생명의 오래된 생존  전략이다. 문제는 더위가 아니다. 당신에게 도망갈 곳이 있는가? 그러니 더위와 싸우지 말자. 잘 도망가자. 그리고 인간과 다른 생명 모두가 도망갈 수 있도록 숲과 그늘과 차가운 바다를 남겨 두자. ☞내열성= 높은 온도를 견디는 능력. ☞에피프램= 달팽이가 껍데기 입구에 만드는 보호막. ☞하면= 더운 시기의 휴면. ☞비어딩= 더울 때 꿀벌이 벌통 밖에 무리 지어 매달리는 행동. ☞북방한계선= 생물이 분포하는 가장 북쪽 경계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한양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관광과 엔터테인먼트를 전공했다. 삼성에버랜드에서 오랫동안 '환상의 나라'를 설계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는 슬로우빌리지 대표이자 컨설턴트로 변신해 농촌에 행복의 마법을 부리는 중이다. 한국수달보호협회 수도권서부지회장으로서 생태 보호에 앞장서고 있으며, 한국사회적농업협회 부회장을 맡아 치유농업과 6차산업을 이끌고 있다. 사람과 생명이 함께 웃고, 모든 이가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유쾌한 사명으로 삼고 있다. ta&wr_i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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