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의 온도와 습도,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데이터를 제공하면 그 대가로 디지털 자산을 받는 시대가 열린다. 지금까지 날씨 정보를 받아보는 ‘소비자’에 머물렀던 개인이 직접 기상·환경 데이터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공급자’가 되는 방식이다.
날씨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케이웨더는 8일 날씨 데이터 측정 장비 ‘웰비안(Wellbian)’을 출시하고 개인이 생산한 기상·환경 데이터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이른바 ‘날씨 데이터 경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웰비안은 오는 15일 정식 출시된다.
케이웨더는 1997년 기상 데이터 사업을 시작한 국내 최초 민간 기상사업자로, 202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맞춤형 기상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에서 출발해 공기질 측정과 환기·청정 솔루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왔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기상 관측망 자체를 개인과 민간 영역으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기상청과 민간 기상업체가 설치한 관측 장비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가정과 상。, 사무실 등에 소형 측정 장비를 대규모로 설치해 더 촘촘한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웰비안은 실내 온도와 습도를 비롯해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탄소(CO₂),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을 측정한다. 구매자가 집이나 사업장에 장비를 설치하면 측정된 데이터가 케이웨더 측으로 전송되고, 회사는 데이터의 품질과 신뢰도 등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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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집집마다 작은 ‘생활 기상관측소’를 두는 셈이다.
날씨데이터 토큰생성기 ‘웰비안(Wellbian)’ /케이웨더 제공
케이웨더는 이를 측정→생성→검증→가치화→보상의 5단계 구조로 운영할 계획이다. 장비가 수집한 데이터 가운데 신뢰성이 확인된 정보에 경제적 가치를 매기고, 데이터를 제공한 참여자에게 매월 디지털 자산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보상 규모는 데이터의 종류와 품질, 장비가 설치된 장소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보상액과 보상에 사용되는 디지털 자산의 발행·유통 방식 등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기술적으로는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 주목받는 ‘DePIN(Decentralized Physical Infrastructure Network·탈중앙화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 방식을 활용한다. DePIN은 이동통신 기지국이나 서버, 센서 같은 실제 장비를 한 기업이 모두 설치하는 대신 다수의 개인이나 사업자가 장비 구축에 참여하고, 기여한 만큼 보상받도록 설계한 네트워크 방식이다.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센서와 관측 지.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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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웨더는 이 방식을 날씨에 적용해 기존 공공 관측망이 촘촘하게 포착하기 어려운 건물 내부나 골목, 개별 생활공간의 기상·환경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자산 지갑·보안 업체 아이오트러스트와 협력해 장비 등록과 데이터 수집, 보상 모델, 지갑 연동 등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보상 시스템에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XRP 레저(XRPL)’가 활용된다. XRPL은 디지털 자산 발행과 이전, 거래 기록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분산 원장이다. 케이웨더는 이를 통해 데이터 제공과 보상 내역을 관리할 계획이다.
회사가 이런 사업에 나선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의 확산이 있다. AI가 날씨를 더 정밀하게 예측하려면 기존의 넓은 지역 단위 관측 자료뿐 아니라 특정 지역과 시간대별로 쌓이는 방대한 실시간 데이터가 필요하다.
특히 같은 서울 안에서도 도심과 공원, 고층 빌딩 밀집 지역 온도와 바람, 공기질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같은 건물에서도 층과 공간에 따라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이 크게 달라진다. 관측 지.이 많아질수록 이런 ‘미세한 차이’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자료가 늘어나는 셈이다.
케이웨더는 현재 자체적으로 전 세계 4255개 도시 기온·습도·바람·강수 등의 실시간 기상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날씨데이터 토큰생성기 ‘웰비안(Wellbian)’ 이미지. /케이웨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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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비안으로 확보한 데이터는 앞으로 케이웨더의 ‘날씨 AI 팩토리’ 등에서 가공해 AI 기상 예측뿐 아니라 자율 주행과 스마트시티, 에너지, 물류, 보험, 로봇 등의 산업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자율 주행차는 짙은 안개나 폭우, 결빙처럼 도로 주변의 국지적인 기상 변화에 민감하다. 태양광·풍력 발전업체는 일사량과 풍속을 정밀하게 예측할수록 발전량 관리가 쉬워지고, 물류업체 역시 폭설이나 집중호우를 미리 파악하면 배송 경로를 조정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도 침수·폭염·한파 등 기후 위험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데 고밀도 기상 데이터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케이웨더는 우선 실내용 웰비안을 공급한 뒤 실외용 기상 관측 장비로 관측망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레이더와 위성 데이터까지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웰비안은 15일 정식 판매에 들어간다. 14일 정오까지 글로벌 사전 예약을 받고 사전 예약자는 출시 당일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초기 판매 물량에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 효율을 적용하고 이후에는 장비 구매 시기와 수집 데이터 종류 등에 따라 보상 조건을 달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는 “개인이 직접 날씨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를 자신의 생활 환경 관리에 활용하는 동시에 경제적 가치까지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참여자들이 만든 날씨 데이터가 여러 산업에서 활용되고, 그 가치가 다시 데이터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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