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을 거부하면서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든 데 대해 청와대는 “사실관계 왜곡”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충돌은 각각 부여된 ‘임명권’과 ‘제청권’의 인정 범위를 두고 독립된 권력이 서로 맞붙은 결과다. 양측이 서로의 헌법상 권한을 강조하면서 대법관 인선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야까지 공방에 가세하며 후폭풍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청와대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청한 지 25일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멕시코 순방 출국 직후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청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청와대와의 갈등은 한층 고조됐다.
청와대는 대법원의 입장에 대해 두 차례 입장 자료를 내고 “마치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이 헌법상 문서주의와 부서제도를 준수하지 않은 흠결이 있는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입장 발표”라고 맞받았다. 청와대는 그간 대법원장·대법관 임명 시 국무총리의 부서만으로 임명이 이뤄졌다는 .을 들어 “지금까지의 임명 효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다 아시는 반려 사유를 유독 대법원장만 ‘모르겠다’라고 하는 것인지 의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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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대법원장이 헌법상 근거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의심을 드러낸 것이다.
법 해석상 쟁.은 대통령의 임명권에 이미 제청된 후보자를 반려하고 다른 후보자의 제청을 요구할 권한까지 포함되는지 여부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지,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법학자들의 해석은 엇갈린다.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로고스의 전상범 변호사는 “대통령의 임명권이 실질적인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후보자 반려권이나 재제청 요구권까지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은 형식적 임명권이 아니라 실질적 임명권으로 다시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선출 권력’의 정당성 우위를 내세워 대통령의 임명권이 우선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학자 출신인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제청은 임명이라는 대통령의 헌법상 행위를 위한 전제 절차이지, 그 자체로 독립된 결정권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임명권은 국민이 직접 위임한 헌법상 권한”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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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 또한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양측의 논리를 이어받아 거센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혁신당·진보당 등 범여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삼권분립의 중대한 훼손이자 사법농단”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를 “정치 행위”라고 질타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참 황당한 대법원장”이라며 “본인이 하면 합헌이고, 대통령이 하면 위헌인가”라고 꼬집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대해 “헌법 파괴를 중단하라”며 조 대법원장을 엄호했다. 판사 출신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요청 거부는 헌법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며 “대법관 재제청 요구 자체가 헌법 위배”라고 주장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 대통령이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거절할 수 있다고 우기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 속에 대법관 공백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관 공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손 후보자에 대한 제청을 수용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거나 조 대법원장이 다른 후보자를 제청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현재 정치적 구도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 이후 후임 공석 기간이 이미 200일을 넘어선 상황인데 가뜩이나 업무가 과중된 나머지 대법관들의 사건 처리 부담이 커지면서 상고심 심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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