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광(오른쪽 화이트보드 앞) 전도사가 8일 경기도 용인 칼빈대 신학대학원 강의실에서 진행된 허들모임을 통해 성경 본문을 설명하고 있다.
8일 저녁 경기도 용인 칼빈대 신학대학원 강의실. 운동복 차림의 학생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막 훈련을 마친 칼빈대 축구부 선수들이었다. 손에는 성경이 한 권씩 들려 있었다. 선수들은 4~5명씩 짝을 지어 책상에 둘러앉았다. 매주 화요일 열리는 ‘허들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는 선수들이 한 주간의 감사 제목을 나누고 성경을 읽으며 묵상한다.
시작 전 강의실 분위기는 여느 대학 동아리방과 다르지 않았다. 장난이 오가고 웃음이 터졌는데 김진광(29) 전도사가 입을 열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성경 읽기가 어렵다면 참여하지 않아도 돼. 원치 않으면 간식 먹는 시간에 들어와도 된다. 대신 남은 선수들은 이 시간만큼은 진지하게 임해주면 좋겠어.”
선수들은 그를 전도사님이 아니라 ‘형’이라고 불렀다. 성경을 펼치자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훈련 직후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졸거나 딴짓하는 이는 없었다. 조영석(21) 선수는 “허들 모임을 통해 팀 선수들과 말씀을 읽을 수 있어 기쁘다”며 “운동과 학업, 경쟁에서 몰입되는 일상 속에서도 하나님을 가까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칼빈대 축구부가 지난해 8월 경남 합천에서 열린 대학축구연맹전에서 둥글게 허들을 이루고 승리를 다짐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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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대 제공
허들(Huddle)은 미식축구에서 비롯했다. 경기 직전 선수들이 둥글게 모여 작전을 공유하고 결속을 다지며 사기를 끌어올리는 의식을 뜻한다. 경기 전 하나님 말씀을 듣고 묵상하자는 뜻에서 모임의 이름을 이렇게 정했다. 인생 선배이자 신앙 멘토로 이 모임을 만들고 이끄는 김 전도사는 칼빈대 축구부 1기 출신이다. 2016년 칼빈대 축구부 창단 멤버였지만 무릎 부상으로 큰 수술을 두 번 받고 선수 생활을 접었다. 좌절 속에 신앙 집회와 수련회에 참석하면서 신앙이 깊어졌고 스포츠 선교사의 비전을 품고 신학대학원에 진학했다. 현재는 FCA(Fellowship of Christian Athletes) 소속으로 선수들을 만난다.
FCA는 코치와 프로 선수를 통해 스포츠 복음화를 이끄는 국제 비영리 선교 단체다.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FCA코리아 이사를 맡고 있다.
허들 모임은 주일에도 훈련을 하는 선수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신앙 훈련의 장이다. 김 전도사는 “선수들은 방학과 주말 전지훈련 등으로 교회 출석이 어렵고, 어려서부터 합숙 생활을 해 신앙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경쟁과 불안 속에 놓인 청년들이 말씀에 의지해 마음의 평안을 찾도록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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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도사는 칼빈대를 비롯해 고려대 광운대 명지대 성균관대 숭실대 연세대 등 7개 대학의 허들 모임을 인도하고 있다. 그는 “전국 대학 축구팀은 모두 84개인데 이 대학의 모든 축구부 안에 허들 모임이 만들어지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허들 모임에는 2028 미국 LA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U-21)에 선발된 나현서(20·사진) 선수도 함께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화요일 허들 모임엔 빠지지 않는다. 나 선수가 축구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다. 축구를 배우던 형들을 따라다니며 시작한 취미였다. 그러다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신앙도 형을 따라간 교회에서 비롯됐으나 선수 생활을 하며 교회와 。차 멀어졌다.
그런 그가 마음을 울리는 성경 구절을 만난 뒤 허들에 참여했다.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롬 8:18) 나 선수는 “이 구절을 접하고 나서 고난이 닥쳐왔을 때 이 뒤에 얼마나 큰 행복을 주실지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나 선수의 아버지는 암투병 끝에 별세했다. “아버지께서는 제 경기 보시는 걸 좋아하셨어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나 선수는 이 구절을 보며 다시 힘을 냈다. 그는 지금도 경기 전 기도를 한 뒤 그라운드를 밟는다. 그는 “모임에서, 경기장에서 진심으로 기도할 때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허들은 선수들을 이렇게 감싸안는 신앙의 울타리가 되고 있다.
동아리방과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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