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1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기존)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再)제청 절차를 진행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을 거부한 데 이어 청와대가 그 재제청 방식까지 관여하고 나선 것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하지 말고 기존 추천위가 추천한 나머지 3명 중 한 명을 다시 제청하라는 것이다. 민주당도 같은 주장을 하며 거들고 나섰다. 법원의 날인 이날 조 대법원장은 ‘사법권 독립’을 강조했지만 정권이 아예 가이드라인을 정해 대법원장을 압박한 것이다. 헌법상 대법원장 고유 권한인 대법관 후보 제청권을 깔아뭉갠 것이나 마찬가지다.
청와대 요구는 법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후보 추천위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천위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당 추천위는 해산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도 있다. 조 대법원장은 추천위 추천을 받아 그중 한 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했지만 대통령이 반려했다. 그렇다면 새로 추천위를 구성해 후보자를 다시 제청하는 것이 법에 맞다. 그런데 청와대는 법과 다른 요구를 하며 위법을 심판해야 할 대법원을 향해 위법 행위를 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러는 것은 이 대통령이 기존 추천위에서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던 후보 중 한 명인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를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판사는 진보 성향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사실상 ‘코드 인사’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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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임기 내에 26명으로 증원되는 대법관 중 22명을 임명한다. 이 대통령이 계속 김 판사를 고집하면 대법원 전체를 자기 편으로 채우려는 욕심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헌법에 규정돼 있다. 삼권분립을 위해 제청권·동의권·임명권을 분명하게 나눠 놓은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 제청을 거부한 뒤 특정 후보를 제청하라는 듯한 요구를 하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더는 반복해선 안 된다. 청와대는 대법관 후보 제청을 대법원장에게 맡기고, 대법원장은 신속하게 추천위를 새로 꾸린 뒤 대법관 후보를 다시 제청하는 것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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