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사상 첫 ‘500조 시대’를 열었다. 올해 2분기 말 퇴직연금 사업자 43곳의 적립금은 553조8779억원으로 집계됐고(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2035년 말까지는 1263조원에 달할 것(한국투자신탁운용)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퇴직연금의 가파른 성장세는 국민 대다수의 여유로운 노후를 보장해줄까. 강성수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장은 “현재 제도와 운용 방식이 유지된다면 어렵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하는 문제는 퇴직연금의 과도한 원리금보장형 치중과 장수리스크(평균수명 연장으로 퇴직 후 생활에 필요한 자산보다 재원이 적을 때 발생하는 위험)다.
강 본부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한투운용 본사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험자산이라도 3년 정도만 지나면 경기 사이클을 거쳐 수익을 볼 수 있어 생애주기 관。에서 일부 투자해 장기복리 효과를 누려야 한다”며 “퇴직연금을 (저위험) 원리금보장형 중심으로 운용하면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기 어렵고, 그만큼 평범한 대다수는 리스크에 노출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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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퇴직연금 백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75.4%가 원리금보장형에 쏠렸고, 실적배당형은 24.6%에 불과했다. 유형별로는 DB형(확정급여형)의 실적배당형 운용 비중이 8.1%에 불과했다. DC형(확정기여형)과 IRP(개인형 퇴직연금)도 각각 33%, 44.3%로 절반이 안 됐다.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의 연간 수익률은 각각 3.09%, 16.80%로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강 본부장은 “고객이 실제 위험회피형 투자자이거나 은퇴자금 성격 영향도 있겠지만, DC·IRP마저 원리금보장형이 50% 이상인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현재 국내 퇴직연금 제도가 원리금보장형을 사실상 유도하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디폴트옵션이 대표적이다. 디폴트옵션이란 가입자가 일정 기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지정한 투자성향에 따른 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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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자가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DC형과 IRP에 적용된다.
문제는 디폴트옵션이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옵트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선택지 중에 기대수익이 낮은 원리금보장형이 포함됐다는 .이다. 이는 가입자의 무관심이나 낮은 금융지식과 결합해 기대수익이 낮은 원리금보장형 쏠림(2025년 말 기준 85.4%)을 심화한다. 강 본부장은 “미국처럼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보장형을 빼고, 별도 사전 선택 없으면 타깃데이트펀드 등 장기 분산투자 상품에 자동 투자되는 옵트아웃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리스크는 노후를 더 위태롭게 만든다. 강 본부장은 “은퇴해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려면 50~60대도 위험자산 비중을 늘릴 필요도 있다”면서도 “마음이 급해져서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 퇴직연금으로 단타(단기투자)를 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전문적인 자문을 받거나,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해주는 TDF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사업자 43곳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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