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프랭클린은 말했다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 말고 확실한 것은 없다" 다만 그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세금을 납부하는 행위는 민족국가의 출현과 함께 너무나 명확해졌지만, 그 세금을 둘러싼 디테일한 논쟁만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복잡해지는 만큼 '세금을 어떻게 내야 하는가'라는 명제는 철학적이면서도 심도있는, 때로는 생과사를 가르는 예민한 칼날일 뿐이다. 심지어 그 칼날의 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율이 아니다. 무엇을 소득으로 볼 것이냐, 또 그 소득이 언제 발생한 것으로 계산할 것이냐다. 어떤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지 않은가?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근로소득세는 여러 가지 가산하면 최고 49.5%까지 되는데, 부동산은 양도소득이 100억원대가 돼도 세금은 몇억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의 배경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다. 이 대통령은 "살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됐다고 하면 깎아주는 게 맞지만, 투자용으로 사서 수십억을 버는데 세금을 거의 안 낸다면 노동자의 근로소득과 너무 형평이 안 맞는다"고 덧붙였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맞는 말이다. 20억원에 매입한 주택을 120억원에 처분하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치인 80%까지 적용받으면 양도세 총액은 8억원 안팎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로 보면 다른 시각이 펼쳐진다. 이 양도세 시나리오는 해당 주택에 10년 이상 실거주한 1주택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표본의 크기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기준 올해 신고 완료된 서울 아파트 거래 4만4491건 가운데 거래가격이 100억원을 넘은 사례는 18건이었다. 비율로는 0.04%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에서도 1만채당 4채꼴. 부동산 양도세 제도 전반을 평가하는 잣대로 쓰기에는 사례가 지나치게 희소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과세 단위의 차이다.
근로소득세는 1년간 벌어들인 소득에 매년 세금을 매긴다. 반면 양도차익은 수년에서 수십년 누적된 가격 변동을 매도 시。 한 해에 실현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두 세목 모두 6~45%의 누진세율이 같은 구조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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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보유한 주택을 팔면 30년치 차익을 1년 소득으로 간주해 최고세율 구간까지 밀어 올리는 셈이다. 연 3000만원을 버는 근로자의 10년치를 모아 10년째에 한꺼번에 최고세율로 물리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보유 기간의 부담도 계산에서 빠져 있다. 주택 소유자는 그 수십년 동안 매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해 왔다.
물가 요인도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15% 올랐고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50% 상승했다. 명목 상승분의 약 4분의 1은 화폐가치 하락이 만들어낸 숫자다. 이 부분까지 순수 소득으로 보고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물음이 남는다.
심지어 그냥 웃어 넘기기 어려운 헤프닝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근로소득세 49.5%가 얼마부터냐"고 묻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연 소득이 3억원부터 올라가기 시작해서"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실제 최고세율 구간은 과세표준 10억원 초과이며 45%에 지방소득세 10%가 붙어 49.5%가 된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뒤늦게 "10억 초과 구간이 45%"라고 정정했지만 세제를 총괄하는 부처 수장이 최고세율 진입 구간을 3억원으로 답한 장면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형평성이라는 큰 명제 아래 실무적 정합성이 뒤로 밀렸다는 인상을 숨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본인의 거래가 거론된 것도 민감하다.
당장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 부부는 지난달 성남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를 29억원에 매각했다. 1998년 3억6000만원에 취득했으니 차익은 25억4000만원이다. 20년 넘게 보유·거주해 최대 공제율 80%를 적용받았고 2018년 배우자에게 지분 50%를 증여해 배우자 몫 공제율은 48%에 그쳤다.
부부 합산 양도세는 약 1억5900만원, 차익 대비 6% 수준으로 추산된다.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은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 혜택을 받고 분당 아파트를 29억원에 판 뒤 무주택자가 되자마자 국민에게 세금폭탄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물론 정부 논리에도 근거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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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격차가 벌어지는 흐름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기에 조세로 이를 교정하려는 시도는 꽤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은 시도다.
다만 모든 일이 그렇듯 처방의 방식이, 문제에 접근하려는 결이 틀렸다. 100억원짜리 주택이라는 예외적 사례를 앞세우기보다 각종 공제가 겹쳐 실효세율을 끌어내리는 구간을 정밀하게 손보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금을 집중적으로 높인 세제 개편안이나, 대다수 국민과 관계도 없는 100억원짜리 주택을 언급한 것 모두 극소수 부자들을 공격하는 일종의 갈라치기 전략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 스스로도 주택 공급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시인한 것으로 보일 지경이다.
만약 형평성을 앞세우고 싶었다면 주식 양도소득 과세를 언급하지 않는 대목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이라도 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은가. 지금 증시는 폭등과 폭락을 오가고 있다. 그리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세울 시。이라면 금융투자소득세 문제를 함께 꺼내는 쪽이 일관된 태도에 가깝다. 어느 소득에는 형평을 요구하고 어느 소득에는 침묵하면 조세 정의라는 명분 자체가 흔들린다.
그렇게 갑자기 문득, 이 정신없는 세금 논란의 중심을 훑어가다보니 익숙한 논란이 뇌리를 스친다. 바로 AI와 로봇 과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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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공식화된 상황에서 로봇세 논의에 불이 붙은지 오래다. 새로운 세수 창출을 위해서 추진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기 출범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추세적으로 노동자들의 위치가 더 불안정해질 텐데 로봇세 같은 것도 나중에 한 번 얘기해야 한다"며 "기업이 AI로 혜택을 보면 그에 따른 부담도 져야 사회적 저항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노동을 축으로 짜인 과세 체계가 AI 확산으로 흔들린다는 우려가 커지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AI 확산으로 소득세 기반이 약해지며 소비세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고 짚었다. 미국에서는 팰런티어 엔지니어 출신 앨릭스 보레스 뉴욕주 하원의원이 AI 모델 사용 과세로 재원을 만들어 AI 배당금을 나누자는 공약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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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2028년부터 실제 공정에 투입될 예정이라는 소식까지 알려지며 로봇세와 관련된 논의는 꽤 힘있게 추진되는 중이다.
다만 로봇세도 근로소득세, 양도소즉세와 비슷한 함정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무엇을 로봇으로 볼 것이냐'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공장에서 팔을 움직이는 산업용 로봇만 대상으로 삼을지, 형체 없이 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소프트웨어 AI까지 포함할지에 대한 합의가 없다.
세액공제를 줄이는 우회 증세 방식이 거론되지만 기존 법인세와의 이중과세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로봇 한 대가 몇 명분의 노동을 대체했는지 계량해 의제 근로소득세를 물리자는 장기 방안도 나와 있으나 그 계량 자체가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된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는 특히 민감한 문제다. 로봇 활용도로 국제 경쟁력을 유지해 온 산업 구조여서 도입 시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학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논의가 멈춘 상태로 시간만 흘러갈 경우 기술 혁신을 두고 조세 경쟁이 벌어지는 국면에서 먼저 세금을 물리는 선택이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함께 지적된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로봇 도입 관련 세제 혜택을 줄이거나 감가상각 기간을 늘리고, 반대로 사람을 고용하고 재교육하는 비용의 인정 범위를 넓히는 방향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구체적 솔루션이 나온적은 없다.
그 빈 자리를 명목 성과와 실질 부가가치를 구분하지 않고 소득이 쌓인 기간과 실현된 시.을 뒤섞은 채, 극단적 사례를 앞세워 세율부터 조정하려 하는 공허한 시도만 채우고 있다. 100억원 양도차익 사례가 전체 부동산 과세의 대표값이 될 수 없듯 휴머노이드 한 대가 AI 시대 노동 대체의 대표값이 되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최소한의 기준도 없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지나치게 천하태평 배만 두드리다가 나란히 나락으로 떨어질 운명뿐이다.
물론 노동 소득에만 기대는 세제가 자산 격차와 기술 대체 앞에서 지속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은 유효하며, 완벽한 정의를 기다리다 과세 공백이 굳어지면 부담은 결국 근로소득자에게 남는다는 반론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배만 두드리며 손 놓고 있다가 일이 닥치자 후다닥 국지적인 이슈에서 급조한 대응책만 내놓을 것인가. 무엇에 매길지 정한 다음 얼마를 매길지 정하는 것, 조세 논쟁에서 이 순서가 뒤집힌 사례가 좋게 끝난 적은 드물다. 지켜볼 일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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